지방마다 그 지역 사람들의 정서와 추억이 깃든 '소울푸드'가 하나쯤 있기 마련이죠. 이시카와현 카나자와 사람들에게 그 주인공을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망설임 없이 '8번 라멘(하치반 라멘)'을 꼽을 텐데요. 오늘은 카나자와 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현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 정겨운 라멘집을 조금 더 여유롭고 똑똑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카나자와역의 인파를 피해 떠나는 로컬 열차 여행
카나자와 여행의 관문인 카나자와역점 8번 라멘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요. 저도 처음엔 그곳에서 맛보려 했지만, 끝도 없는 번호표 대기에 과감히 발길을 돌렸답니다.
https://maps.app.goo.gl/WJGVgX6JmC9UL4gf9
Hachiban Ramen - Kanazawa Station · 1-1-1 Kinoshinbomachi, Kanazawa, Ishikawa 920-0858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대신 선택한 방법은 바로 로컬선인 '호쿠테츠 아사노가와선(北鉄金沢駅)'을 타는 것이었어요. 지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이 노선은 정겨운 원맨 전차가 운행되는 곳인데, 배차 간격이 조금 길긴 해도 여행의 묘미를 느끼기엔 충분하죠.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코카나 스이카 같은 전국 공용 IC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으니 꼭 체크해 두세요.

주말 한정의 행복, 500엔으로 즐기는 프리 에코 티켓
오늘은 호쿠리쿠 철도를 여러 번 이용할 계획이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만 판매하는 '1일 프리 에코 킷푸(500엔)'를 구입했어요.

https://www.hokutetsu.co.jp/ticket/free-eco/
北陸鉄道株式会社
北陸鉄道株式会社(ほくりくてつどう)は、石川県金沢市に本社を置き、石川県を中心として鉄道とバスを経営する私鉄会社です。
www.hokutetsu.co.jp
단돈 500엔으로 하루 종일 아사노가와선을 마음껏 탈 수 있으니 정말 경제적이죠? 이 티켓을 손에 쥐고 카나자와역을 출발해 '카미모로에역(上諸江駅)'에 내렸답니다.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역점보다 훨씬 크고 쾌적한 8번 라멘 모로에점이 위치하고 있거든요. 기다림에 지치기보다 창밖 풍경을 보며 잠시 이동하는 쪽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답니다.
https://maps.app.goo.gl/YAdjXPangM65giHDA
Hachiban Ramen - Moroe · Kamicho-452-1 Moroemachi, Kanazawa, Ishikawa 920-0014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m

기다림마저 즐거운 세심한 배려, 숨은그림찾기
모로에점은 매장이 넓어서 손님이 많아도 금방 자리가 나더라고요. 테이블석에 앉으니 귀여운 종이 메뉴판과 함께 '틀린그림찾기(まちがいさがし)' 종이가 놓여 있었어요.
당근, 양파, 카마보코 등 라멘 재료들이 캐릭터가 되어 카나자와의 상징인 츠츠미몬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답니다. 어린이용이라 금방 풀 줄 알았는데, 이게 은근히 난도가 높아서 라멘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어요. 가족 단위 손님들을 위한 이런 소소한 배려가 참 따뜻하게 다가왔답니다.

야채가 듬뿍, 취향껏 고르는 8번 라멘의 매력
메뉴판을 펼치면 대표 메뉴들이 큼직하게 담겨 있어 고르기 참 편해요. 이곳의 시그니처는 단연 하루 권장 야채 섭취량의 절반이 들어간 '야채 라멘'인데요. 일반 사이즈는 세금 포함 759엔, 작은 사이즈는 682엔으로 가격도 참 착하죠? 맛도 미소, 시오, 쇼유, 버터 풍미 등 4가지 중 취향껏 고를 수 있어요.
미소 야채 라멘과 교자 8개가 나오는 A세트(1,155엔)/ 쇼유 야채 라멘에 카라아게 4개가 곁들여진 C세트(1,254엔)/ 그리고 추가로 미니볶음밥을 주문했답니다.

金澤醤油豚骨8番らーめん
ガッツリ系ラーメン「金澤醬油豚骨8番らーめん」では、野菜増し・ニンニク増し・背アブラ増し無料。国産小麦の極太麺と、絶品チャーシュー、やみつきスープでクセになる、ど満足な一
www.8ban.jp

라멘집의 숨은 주인공, 불향 가득한 볶음밥의 추억
'미니 볶음밥'이 먼저 나왔는데, 한 입 먹자마자 "역시 주문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사실 예전에는 서울에서도 이렇게 제대로 볶아진 밥을 만날 수 있었는데, 어느샌가 그런 맛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 참 아쉬웠거든요.
일본 라멘집 볶음밥은 정말 본격적이에요. 라드에 볶아 고소함이 남다른데, 웍을 휙휙 흔들어 불향을 싹 입혀내거든요. 달걀과 파, 차슈가 조화를 이루며 알알이 반짝이는 밥알을 보면 왜 일본에서 볶음밥을 꼭 주문해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답니다.


야채가 듬뿍, 숫자 '8'이 반겨주는 건강한 한 그릇
8번 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하루 권장 야채 섭취량의 절반이 들어갈 정도로 푸짐하게 쌓인 야채예요. 큼직한 차슈와 가득 담긴 야채, 그리고 이곳의 상징인 숫자 '8'이 새겨진 가마보코(어묵)가 올라간 비주얼은 정말 완벽한 한 그릇이죠. 면은 도톰한 '후토멘(太麺)'을 사용하는데, 씹는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라멘 국물이 잘 배어 있어 어울림이 아주 훌륭해요.



겉바속촉의 정석, 야키교자와 육즙 가득 카라아게
뒤이어 나온 사이드 메뉴들도 완벽한 조연 역할을 해냈어요. 야키교자는 잘 구워진 바닥면의 바삭함과 윗면의 촉촉함이 대비를 이뤄 한 입에 넣으면 '겉바속촉'의 진수를 느끼게 해줘요. 속도 아주 꽉 차 있더라고요. 갓 튀겨져 나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라아게는 또 어떤가요? 베어 물자마자 흐르는 육즙 때문에 뜨거움을 무릅쓰고 순식간에 해치웠답니다. 도톰한 '후토멘' 라멘과 함께 곁들이니 그야말로 후회 없는 완벽한 식사가 되었네요.


카나자와의 소울푸드가 사랑받는 이유
숫자 '8'이 선명하게 새겨진 귀여운 가마보코(어묵)를 보며 즐기는 한 그릇, 왜 이곳이 카나자와 사람들의 소울푸드인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어요. 푸짐한 야채 덕분에 든든하면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고, 세트로 즐기는 교자와 볶음밥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더라고요. 카나자와역의 번잡함을 피해 잠시 로컬 열차를 타고 즐긴 이 여유로운 식사는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맛있는 추억이 되었답니다.
카나자와에 가신다면 꼭 이 정겨운 맛을 경험해 보세요.
📌 요약 및 추천
- 방문 팁: 카나자와역점이 붐빈다면 아사노가와선을 타고 카미모로에역 매장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임.
- 교통 정보: 호쿠리쿠 철도는 IC카드 사용 불가, 주말 한정 500엔 프리패스(에코 킷푸) 활용을 권장함.
- 추천 메뉴: 도톰한 면발과 야채가 일품인 야채 라멘, 그리고 불향 가득한 볶음밥은 반드시 추가할 것.
- 맛의 특징: 미소, 쇼유 등 4가지 육수 선택이 가능하며 숫자 '8' 어묵이 올라간 시그니처 비주얼이 특징임.
- 최종 의견: 합리적인 가격에 든든한 야채와 본격적인 사이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카나자와 필수 맛집.
2026.03.27 - [분류 전체보기] - [가나자와 여행] 40년이 넘는 전통이 빚어낸 '가나자와 블랙'의 정수, 키친 유키(Kitchen Yuki)
[가나자와 여행] 40년이 넘는 전통이 빚어낸 '가나자와 블랙'의 정수, 키친 유키(Kitchen Yuki)
가나자와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단연 '가나자와 카레'였습니다. 보통 터번 카레나 챔피언 카레, 고고카레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체인들을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오늘은
journal5037.tistory.com
2026.03.28 - [분류 전체보기] - [가나자와 여행] 일본 가나자와 빵 맛집 ‘히포’|소금빵 130엔 실화? 아침에 가야 하는 이유
[가나자와 여행] 일본 가나자와 빵 맛집 ‘히포’|소금빵 130엔 실화? 아침에 가야 하는 이유
가나자와의 조용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다 보면, 고소한 버터 향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름마저 귀여운 빵집, ‘hippo’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빵집’
journal5037.tistory.com
[가나자와 여행] 도쿄엔 센비키야, 가나자와엔 '무라하타'가 있다: 과일 전문점의 클래스 (후르츠
가나자와의 거리는 예스럽지만 결코 고루하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마다 깃든 장인정신이 도시 전체를 단단하고 기품 있게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과일 하나로 100년의 세월을 버텨
journal5037.tistory.com
[가나자와 여행] 줄 서지 않고 즐기는 명물 '한톤라이스', 다이와 고린보 백화점 8F '슌사이 그릴
가나자와 여행 중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이 지역의 소울 푸드, '한톤라이스(ハントンライス)'를 맛보는 일일 거예요. 헝가리의 '한(Han)'과 프랑스어로 다랑어를 뜻하는 '톤(Ton)'이 합
journal5037.tistory.com
[가나자와 여행] 과일 가게의 자부심, '무라하타(Fruits Parlor Murahata/フルーツパーラー むらはた本
가나자와에서 과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곳에, 지난 방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이번에는 런치 메뉴를 맛보기 위해 다시 방문했습니다.https://maps.app.goo.gl/4c5YLKnCbWgty1eQ6 Fruits Parlor Murahata ·
journal5037.tistory.com
2026.04.04 - [분류 전체보기] - [가나자와 맛집] 오미초 시장보다 알찬 현지인 카이센동, '우오가시 식당(魚がし食堂)' 후기
[가나자와 맛집] 오미초 시장보다 알찬 현지인 카이센동, '우오가시 식당(魚がし食堂)' 후기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그곳의 본질과 가장 닮아있는 단 하나의 음식을 갈망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의 도시'이자 '北陸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가나자와를 여행하며 제가 손꼽아 기
journal5037.tistory.com